5일(현지시간) 일본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며 아시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엔화는 오후 한때 미 달러화 대비 상승 폭을 3.3%까지 키우면서 141.7엔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10일 161.69엔을 기록한 이래 20엔 내려왔다. 엔/달러 환율 하락은 달러 대비 엔화가치 상승을 뜻한다.
일본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지며 '슈퍼엔저'에서 방향을 틀었다.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이날 일본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가 12.2% 떨어지며 1987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은 대혼란 상태에 빠졌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토픽스 선물 거래에 서킷 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됐다.
한국 코스피도 8% 넘게 하락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8% 넘게 내렸다.
이날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급속히 확대되고 캐리 트레이드가 빠르게 청산되면서 엔화 가치가 뛰었다.
캐리 트레이드는 엔화나 중국 위안화 등을 저렴하게 빌려서 호주 달러화, 멕시코 페소화 등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서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미 금리인하 속도는 빨라지는 반면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에 이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급감했다.
엔화 강세와 더불어 중국 역외 위안화도 달러 대비 0.7% 올랐다.
투자자들은 최근 중국 경기 둔화 상황을 감안할 때 통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위안화를 캐리 트레이드에 동원했다.
반면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5% 넘게 폭락했고 호주 달러는 약 2% 하락했다.
ATFX 글로벌 마켓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인 닉 트위데일은 지난주 일본 금리 인상을 계기로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했는데, 최근 미국 등 세계 경제성장에 관한 우려로 인해 격렬해졌다고 말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의 아시아 통화전략 책임자인 앨빈 탠은 "경기 침체 위험은 시장 변동성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캐리 트레이드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즈호 증권의 수석 통화전략가인 마사후미 야마모토는 "연준의 9월 금리인하 0.5%포인트 예상은 과하다고 보지만 기술적으로 엔화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지역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캘빈 테이는 엔화 약세는 그동안 일본 주가지수 상승의 주동력이었으며, 이 전제가 달라지면 일본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그는 "일본 생명보험사와 연기금이 해외 자산을 매도하고 엔화를 가져오기 시작하면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135엔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떨어지는 일본 주식을 사는 것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외국 자본이 몰려온 데 힘입어 최대 2.3% 상승했다. 이는 9년 만에 최대 폭 상승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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