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유예·돌연 인상…트럼프 변칙에 종잡을 수 없는 관세전쟁 "중국이 합의위반" 비난 몇시간 뒤 철강 관세 인상 발표 트럼프 변덕에 법원 제동 겹쳐 관세 정책 불확실성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맺은 무역 합의를 어겼다며 트루스소셜을 통해 비난을 쏟아낸 지 몇시간 만에 나온 조치로 가뜩이나 종잡을 수 없었던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의 US 스틸 공장에서 내달 4일부터 철강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해온 25% 관세를 5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후 트루스소셜에는 "미국의 미래가 상하이의 조잡한 강철이 아니라 피츠버그의 힘과 자부심으로 만들어지기 원한다"고 올렸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을 비난한 지 불과 몇시간 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맺은 관세 합의를 거론하며 "중국이 우리와의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관세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중국을 구해주기 위해 급히 해준 합의를 위반했다며 '착한 남자'(Mr. NICE GUY) 역할은 이제 그만하겠다고도 했다.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어겼는지는 거론하지 않은 이런 주장에 일각에서는 대중 압박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밑자락을 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과 관세 휴전으로 체면을 구긴 이후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는 등 대중 압박의 고삐를 다시 죄던 중이었다.
폴리티코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지 이틀만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초 전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지난 28일 연방국제통상법원(CIT) 판결로 무효가 됐다가 하루 만에 항소심 법원의 효력 정지 결정으로 되살아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백악관은 CIT 판결에 '사법 쿠데타'라고 반발했고, 관세 부과를 위한 다른 근거법을 찾겠다고까지 나서면서 철강 등 품목별 관세에 활용된 무역확장법 232조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가뜩이나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혼란에 빠진 세계 각국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입뿐 아니라 미국 법원의 결정까지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세계 각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한 뒤 갑작스럽게 이를 유예하거나 철회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4월초 '해방의 날'이라 이름 붙여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다가 일주일도 안돼 90일간 유예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중국과도 치킨게임 수준의 관세전쟁을 벌이다가 이달 12일 서로 115%씩 상호관세를 전격 인하하는 데 합의하며 휴전에 돌입했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수준의 관세 정책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웠고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말마저 유행했다. 로이터는 철강 관세 인상이 궁극적으로는 가격 인상을 불러와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연합(EU)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이다. 지난해 수입량만 2천620만톤에 달한다. 캐나다와 멕시코, 한국, 일본 등이 주요 대미 수출국이다. 앞서 자동차 관세 등 다른 관세 조치 때도 시장은 가격 인상과 사재기로 반응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조치가 철강 관세 인하방안을 모색해온 EU나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합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철강협회 케빈 뎀시 회장은 "미국 철강 업체와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입 증가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세계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제조국으로 성장했지만, 미국은 중국, 인도, 일본에 이은 4위로 밀려났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1기인 2018년 부과된 25% 관세로 중국산 철강은 지난해 미국 수입량의 1.8%에 불과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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