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원' 아시아 대미 투자 공식도 관세전쟁에 흔들 그동안 무역흑자로 미국에 재투자 '미국 대안' 모색 움직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앞세워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나서면서, 그동안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미국에 재투자해온 아시아 국가들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미 재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 11개국의 미국 주식·채권 순 투자액은 7조5천억 달러(약 1경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아시아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이후 투자액은 4조7천억 달러(약 6천459조원)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조7천920억 달러(약 2천464조원)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이 1조1천150억 달러(약 1천533조원)였다. 한국은 3천400억 달러(약 467조원)로 대만·홍콩에 이어 5위였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얼마 뒤인 2004년 아시아 국가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3천540억 달러(약 486조원)로 고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정치 양극화, 달러를 활용한 러시아 제재 등을 목격한 아시아 자금들이 대안 모색을 고민해왔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액은 680억 달러(약 93조원)로 아시아 국가들이 거둔 대미 무역흑자의 11%에 그쳤다. 지난해 8월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발표와 미국 자산시장 불안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감세 법안 및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셀 아메리카' 흐름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채 시장 큰손인 중국은 그동안 미 국채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 순위는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3월 영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왔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영국보다 적어진 것은 200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주요국의 일부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국채 비중 조정에 나섰다. 일본생명보험은 미 국채 비중이 높은 만큼 대신 유럽·호주·캐나다 국채 매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호주 연기금 유니슈퍼도 2월까지만 해도 미국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들어 대미 투자가 고점을 찍었다며 비중을 줄이겠다고 했다. 상호관세를 유예한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아시아 통화가치 절상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아시아 주요국 외환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상대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주장해왔다.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이달 2일과 5일 2거래일 동안 8% 넘게 급락했다. 달러 자산을 대량 보유 중이지만 환 헤지를 않는 경우가 많았던 대만 생명보험사와 수출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미 달러를 매도하고 대만달러를 매수한 탓에 환율이 하락한 것이다. 대만 생보사들은 관세발 시장 혼란 속에 지난달에만 6억2천만 달러(약 8천521억원) 손실을 봤다. 한미 양국 외환 당국자들이 이달 초 만났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2% 넘게 하락했다.
가마(GAMA) 자산운용의 라지브 지멜루는 "시장은 변곡점에 있으며 새로운 금융체제가 생겨나는 과정에서 고통을 보고 있다"면서 "대만달러 환율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경고다. 이제 질문은 다음 타자는 누가 될지"라고 봤다.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의 버지니 메조너브는 "세계 질서가 바뀌고 있으며 기존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질서의 발전이며,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이 경제·기술 측면에서 미국과 경쟁하게 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럽·인도·일본·호주·캐나다 시장 등이 수혜를 볼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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