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번역 믿을 수 없다"는 美장관…관세전쟁 이어 '말 전쟁'까지 "정치적 불신 자체가 원인"…"양국 간 차이로 인한 필연적 현상"
관세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너무 다른 언어로 인한 '말의 전쟁'도 겪고 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서로 다른 문화권과 정치체제로 인해 정확한 번역이 어렵긴 하지만 전기차, 반도체, 희귀 광물 등을 두고 여러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양국이 서로의 언어를 잘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미국에서 대표적인 대(對)중국 강경파로 분류되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중국 당국의 영문 번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대놓고 저격하면서 번역 논란이 촉발됐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월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면 중국어 원문을 봐야 한다"면서 "(중국 당국의) 영문 번역은 맞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에 대한 '번역 불신'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의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팡중잉 선임연구원은 루비오 장관이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관세 정책을 설계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부터 "불신을 물려받은 것 같다"면서 "정치적 불신 자체가 오해 또는 허위 정보를 만들어내는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팡 연구원은 "사실 양국 모두 충분한 통번역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향후 다가오는 본격적인 협상에서는 대면 소통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지난 1월 통화와 관련해 다시 한번 중-영 번역의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왕 부장이 루비오 장관에게 '호자위지'(好自爲之)라는 성어를 사용했는데, 이를 중국 외교부는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알맞게 행동하라'(act accordingly)라고 번역했다. 당시 70대인 왕 부장이 50대인 루비오 장관에게 훈계성 발언을 했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와 관련해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당시 통역사는 내가 과하다고 느낄 만한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들(중국)은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친다"면서 "예를 들어 내게 '선을 넘지 말라'는 식의 경고를 했다는데 실제로 그런 말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함부르크 대학 평화안보정책연구소의 서빈 모크리 연구원은 "루비오 장관의 문제 제기는 '미국은 중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중국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하는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번역을 통해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생겨도 핵심 메시지는 일관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정치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며 대상 독자가 다른 것도 번역이 달라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도 제기된다. 네바다대학교의 정치학 부교수인 샤오위푸는 "중국 정치 언어는 관용적 표현이 많고, 역사적 맥락이 있고, 상징성이 커서 직역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또 중국의 공식 담화는 대개 모호한 편인데 서구는 보다 직접적이고 명확한 편이다"라고 차이를 분석했다. 그는 이어 "동일한 중국어 개념도 중국의 국내 독자들을 향해서는 보다 민족주의적인 의미를 강조하고, 영문 번역을 통해서는 보다 온건한 방식을 쓸 수 있다"면서 "서방 언론들 또한 자국의 정치적 개념에 맞게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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