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협상 앞두고 대구·경북 사과·한우 농가 '시름' 초대형 산불 피해 이어 미국산 농축산물까지 수입되면…"엎친 데 덮친 격"
정부가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카드로 미국산 사과와 30개월 이상 소 수입을 추진하면서 대구·경북지역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북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A씨는 요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전하는 뉴스에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 3월 말 경북 북부지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로 사과나무 일부가 훼손되는 피해를 본 터라 설상가상 격으로 절망적인 느낌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가뜩이나 고령화, 이상 기후, 생산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미국산 사과마저 수입된다면 사과 농가의 상당수는 농사를 접어야 할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송은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7만5천t으로 전국 생산량의 14%를 차지할 만큼 사과 농사 비중이 큰 곳이다. 인근 안동, 의성,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사과 재배 면적이 9천362㏊로 경북 북동부 지역이 전국 재배면적(3만3천㏊)의 28%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미국산 사과가 수입되면 경북 북부지역 사과 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우 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과와 마찬가지로 한우는 경북지역이 전국 사육 규모의 20%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한우 육질 1등급 이상 출현율도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전국 1위에 오를 만큼 품질도 우수하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현실화하면 농가 피해가 적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다. 대구시 달성군에서 한우를 사육 중인 B씨는 "지난 봄 송아지 10여마리를 사서 한창 키우고 있는데 최근 미국산 소 수입 문제가 불거져 싱숭생숭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한우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사룟값은 올라 걱정이 많은데 미국산 소 문제까지 들이닥치니 이제 한우를 키우지 말아야 하나 싶다"고 덧붙였다. 농축산 단체와 지방 의회도 한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등 6개 농민단체는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산 쌀 추가 개방,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및 사과 수입과 관련해 정부는 어떠한 검토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의회와 청송군의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미국산 사과 등 수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우협회는 정부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한 단체 행동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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