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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주식도 코인도…영끌 대출, 다시 폭발 중

박소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6/15 [07:24]

집도 주식도 코인도…영끌 대출, 다시 폭발 중

박소현 기자 | 입력 : 2025/06/1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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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하락 속에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주택·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 기대까지 겹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이 갑자기 늘어난 2월만 해도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 조건 완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가세가 굳어지고 고가 주택 신규 대출 위주로 증가 속도도 더 빨라지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면·비대면 대출 신청·접수가 급증하는 추세로 미뤄, 대출 실행까지 수개월 시차를 두고 하반기에도 상당 기간 영끌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이달 가계대출 1일 평균 1천665억↑, 5월 웃돌아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2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1조9천980억원 불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9조6천25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9월 이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꾸준히 축소됐고, 올해 1월에는 4천672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곧 2월(+3조931억원) 반등한 뒤 3월(+1조7천992억원)과 4월(+4조5천337억원), 5월(+4조9천964억원)까지 증가폭을 키워왔다.

 

특히 이달 하루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은 1천665억원으로, 작년 9월(+5조6천29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달(1천612억원)보다도 많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은 595조1천415억원으로, 5월 말(593조6천616억원)과 비교해 12일 사이 1조4천799억원 늘었다.

 

신용대출도 103조3천145억원에서 103조9천147억원으로 6천2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증가액(500억원)이 5월(265억원)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 주담대 정책대출 비중 올해들어 56%→28%…고가주택으로 대출확산

 

최근 가계대출 증가가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다른 통계들에서도 확인된다.

 

5대 은행에서 이달 들어 12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3조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주택구입용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집 구입과 관련된 이른바 '영끌' 추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지표로 보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2천510억원 규모로, 5월(2천318억원)보다 약 200억원 많고, 지난해 영끌이 절정(7∼9월)에 이르기 직전인 5월(2천436억원)이나 6월(2천777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에서 정책대출 비중이 빠르게 줄어드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가운데 정책대출 비중은 28% 수준이다. 작년 말 56%에서 불과 5개월여 사이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2월 가계대출 증가 당시에는 신규 주담대 취급액 가운데 약 절반 정도가 정책대출이었기 때문에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 완화(작년 12월) 등의 영향이 상당 부분 있다고 은행 내부적으로도 분석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정책대출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대출에 담보주택 가격 9억원 이하 등의 조건이 붙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9억원 초과 고가 주택 대상의 은행 자체 재원 주담대가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일반신용대출 1년2개월만에 최대…주식예탁금 3년2개월만에 최대

 

눈에 띄게 불어난 개인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은 주택뿐 아니라 주식·코인에도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의 12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103조9천147억원)은 작년 11월(104조893억원) 이후 가장 많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을 제외한 일반 신용대출 잔액(65조4천19억원)은 지난해 3월(65조4천124억원) 이래 1년 2개월여만에 최대 기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주변 자금의 대표적 지표인 투자자예탁금은 12일 현재 62조9천444억5천700만원으로, 2022년 4월 27일(64조8천560억1천800만원)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난 상태다.

 

◇ 5월 주담대 신청규모, 1월보다 40∼50% 많아…6월엔 더 빨리 늘어

 

가계대출이 집행되기 전 선행 지표인 대출 신청·접수도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A 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 신청(서류접수 후 심사 완료 기준) 건수와 금액이 올해 1월 4천888건, 1조1천581억원에서 5월 약 1.5 배인 7천495건, 1조7천830억원으로 뛰었다.

 

더구나 이달엔 12일까지 4천281건, 8천261억원의 신청이 이뤄져 건수로는 이미 지난달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B 은행에서도 같은 기준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금액이 1월 1조3천120억원에서 5월 1.4 배인 1조8천3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정책대출을 빼고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만 따로 보면, 신청액이 같은 기간 7천50억원에서 1조3천70억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C 은행은 지난달 비대면 채널에서 무려 5천여건의 주택담보대출 접수(심사 미완료 건도 포함)가 이뤄졌다. 지난해 월 평균(약 1천800건)의 2.8 배에 이르는 규모다.

 

은행에 신청·접수된 대출 건의 상당수는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

 

영업점 창구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의 서울 광화문 인근 지점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구입이 가능한지 등을 문의하는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대출 창구에 고객들이 몰리다 보니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리면서까지 대출 상담을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 소재 지점 관계자도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대출을 신청하려는 고객도 많고, 하반기 주택 구입을 고민하는 고객도 늘었다"며 "고객과 상담하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와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최근 가계대출 관련 브리핑에서 "6월엔 분기 말 매·상각이 있어 기술적으로 가계대출 숫자가 높게 나오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5월 주택거래량이 현재 추세로 미뤄 3월보다는 적고 4월보다는 조금 많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2∼3개월 시차를 고려할 때 7∼8월까지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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