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의 변방에서 금융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며 미국 내 정치·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GENIUS)가 올여름 법제화된 이후 민간 기업과 정치권, 심지어 주 정부까지 앞다투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있다.
8월 28(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매체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페이팔(PayPal)은 이미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고, 미국 대통령 일가도 새로운 디지털 달러를 내놓았다. 특히 와이오밍(Wyoming)은 주 정부 차원에서 최초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으며, 이익을 공립학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차별화된 모델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경쟁 구도는 금융 프라이버시 논란도 키우고 있다.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자 디지털달러프로젝트 창립자인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Christopher Giancarlo)는 지니어스 법안이 혁신을 촉진했지만 금융 프라이버시 보호에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디지털 위안화와 달리 미국은 민주적 가치가 내재돼야 하지만, 현재 스테이블코인 제도에는 금융 감시 체계만 전면 이식됐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제 경쟁 구도에서도 핵심 전장이 되고 있다. 달러는 여전히 국제 무역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위안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브릭스(BRICS) 국가들과 연계된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달러 지위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엘살바도르 등 전략적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맞부딪히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중국이 5,000만 달러 규모 국립도서관 건설을 지원했고,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는 본사를 이곳으로 옮겼다.
미국 내에서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스테이블코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일가가 후원하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의 USD1은 이미 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한다. 지안카를로는 이러한 경쟁이 은행들이 과거 무료 토스터 증정으로 고객을 유치하던 시절처럼 각종 혜택을 통한 혁신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통일된 달러의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의회는 중국식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반(反)CBDC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역설적으로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들은 기존 은행과 동일한 금융 감시 의무에 종속돼 있다. 미국은 정부 발행 디지털 달러 대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했으며, 이는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통화 체계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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