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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인도·영국까지…암호화폐 피해자 울리는 '죽은 사법체계'

박소현 기자 | 기사입력 2025/11/09 [09:11]

나이지리아·인도·영국까지…암호화폐 피해자 울리는 '죽은 사법체계'

박소현 기자 | 입력 : 2025/11/09 [09:11]
암호화폐 해킹

▲ 암호화폐 범죄     ©

 

글로벌 암호화폐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정의를 되찾을 가능성은 거주 국가에 따라 극명히 갈리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인도처럼 제도적 모호성과 사법 지연이 얽힌 지역에서는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1월 9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매체 CCN에 따르면, 유명 온체인 분석가 ZachXBT는 나이지리아, 인도, 캐나다, 영국, 러시아를 ‘암호화폐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5개국’으로 지목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들 국가에서 연락을 받으면 공식적으로 도움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반대로 네덜란드·미국·프랑스·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집행이 원활한 국가로 꼽았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2025년 암호화폐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불법 지갑이 수령한 암호화폐는 최소 409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킹 피해액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22억 달러였으며, 이 중 13억 4,000만 달러(약 61%)는 북한 해커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2025년 상반기에는 이미 21억 달러 이상이 탈취돼, 2024년 전체 피해 규모(18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중 15억 달러는 단일 사건인 바이비트(Bybit) 콜드월렛 해킹에서 발생했다.

 

국가별 대응의 격차는 심각하다. 나이지리아는 법 집행기관 간 중복 관할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중앙은행(CBN)·증권위원회(SEC)·경제금융범죄위원회(EFCC)가 각기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인도 역시 암호화폐가 합법도 불법도 아닌 ‘법적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세법상으로는 30%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만, 자산으로서의 공식 인정이 없어 수사기관이 일관된 법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정반대다.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한 뒤, 불법 거래에 연루된 피해자마저 처벌 대상이 되는 역설적인 구조가 형성됐다. 최근 지방 법원은 불법 거래망을 운영한 피고인 5명에게 징역 4년 6개월과 20만 위안(2만 8,000달러)의 벌금을 선고했다. 반면 캐나다와 영국은 제도적 기반이 탄탄함에도 집행이 분산돼 사건이 장기 미제로 남는 경우가 많다. 영국은 국가범죄수사청(NCA), 금융행위감독청(FCA), 지역 경찰 등이 권한을 나누고 있어 실질적 주체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달리 미국은 적극적 기소로 방향을 잡고 있다. 미 법무부는 사무라이 월렛(Samourai Wallet) 창립자 케온 로드리게스(Keonne Rodriguez)와 윌리엄 론너건 힐(William Lonergan Hill)에게 5년형을 구형했으며, 이들은 비트코인 익명 거래를 통해 2억 3,700만 달러를 세탁한 혐의를 인정했다. 당국은 앞서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개발자도 기소해 오픈소스 개발과 범죄 방조의 경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국제 공조와 법률 정비가 뒤따르지 않는 한, 암호화폐 피해자에게 정의는 여전히 희박한 꿈”이라고 입을 모았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투자 참고용으로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해당 내용은 정보 제공의 목적으로만 해석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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