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에도 암호화폐를 이용해 제재를 무력화하고 새로운 자금 세탁 생태계를 구축해 금융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12월 13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매체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비인크립토 탐사 보도팀은 온체인 포렌식 분석을 통해 러시아가 지난 4년간 구축한 치밀한 암호화폐 결제 네트워크의 실체를 폭로했다. 초기에는 랜섬웨어 자금으로 오인되었던 흐름이 실제로는 수입 대금 결제와 이중 용도 물품 거래를 위한 체계적인 금융 시스템임이 밝혀졌으며 이는 단순한 거래소 하나가 아닌 동결과 압류에도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거대한 네트워크였다.
이 생태계의 중심에는 악명 높은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가 있었는데 이들은 장외거래(OTC) 데스크와 연계해 루블화를 현금으로 받아 테더(Tether, USDT) 등 스테이블코인으로 변환한 뒤 해외에서 현지 통화로 세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렉스 피선(Lex Fisun) 글로벌 레저 최고경영자는 "은행과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정)가 막힌 상황에서 가란텍스는 두바이 등으로 자금을 이체하려는 러시아인들에게 실질적인 탈출구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2025년 3월 가란텍스 인프라에 대한 압류 조치가 시행되자마자 연결된 이더리움(Ethereum, ETH) 지갑에서 3,200ETH 이상이 토네이도 캐시로 즉각 이동하는 등 러시아 측의 대응은 신속하고 치밀했다. 이후 가란텍스는 그리넥스(Grinex)라는 이름으로 간판만 바꿔 영업을 재개했고 기존 사용자들의 잔액이 새로운 플랫폼에 그대로 나타나는 등 노골적인 제재 회피 행태를 보였다.
서방의 제재가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규제 집행 속도가 암호화폐 인프라의 적응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이 제재를 논의하고 집행하는 데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동안 암호화폐 네트워크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유동성 경로를 우회해 새로운 자금 세탁 루트를 개설했다. 피선 최고경영자는 "제재는 서류상으로만 작동할 뿐 실제 집행은 너무 느리고 파편화되어 있어 암호화폐 속도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막기엔 역부족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 7월 말 가란텍스는 비트코인(Bitcoin, BTC)과 이더리움으로 사용자들에게 자금을 분배하겠다고 공지했으며 온체인 데이터상 최소 2,500만 달러 규모의 자산이 이미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거래소의 붕괴가 아니라 제재된 경제가 평행 금융 레일을 구축하고 유동성을 보존하며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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